오후 3시의 산책길, 철학이 내게 스며드는 시간

오후 3시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날마다 주요 일과가 되어버린 산책을 위해서다. 아침 7시경에 늦장을 부리며 기상해서 과일주스로 속을 채우고 오전 시간은 음악과 함께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보낸다. 오늘은 새뮤얼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정남향 고층아파트의 창을 타고 실내 깊숙이 들어온 겨울… 기사 더보기

부여 농가에 나타난 노란색 캐비닛, 사람을 살리다

“직불리 이장입니다.”면사무소 2층 교육장에 들어서니 충청도 출신 배우 김응수의 찰진 지역의 언어가 귀에 쏙 들어왔다. 코믹하기도 하고 시크하기도 한 캐릭터를 지닌 김응수 배우가 초록색 새마을 모자를 쓴 시골마을 이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이어지는 화면 속에서는 마… 기사 더보기

제2의 신혼과 황혼 이혼,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맥박이 뛸 때마다 거센 파도처럼 통증이 잇몸 주변을 강타한다. 왠만하면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 진통제를 먹지 않으니 통증을 그대로 느낄 수밖에 없다. 낮에 받은 치과의 신경치료 때문이다. 날카로운 바늘로 찌르고, 깎고, 갈아대는 기계음들 속에서 초긴장으로 돌덩어리가 된 어깨는 아직도 묵직하다.밤새 통증으로 … 기사 더보기

운다고 해결되지 않는, 산후우울증을 앓았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넘어 육아라는 ‘대서사’를 겪고 있는 저는 깊은 산후우울증을 앓았습니다. 출산 후 7개월 우울증 상담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았고, 출산 후 14개월 정신과를 찾아 항우울제를 처방받았죠. 아이는 어느덧 20개월이 되었고 저도 20개월 차 엄마가 되었습니다. 제 우울은 이제 증세라기보다 가끔 찾아오는 기분이… 기사 더보기

동태와 다시물의 하모니… 라면 국물도 이기겠네

어릴 적, 솜씨 좋은 엄마의 음식인데도 가장 싫어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동태탕이다. 엄마는 어떻게든 동태탕에 든 생선 한 토막이라도 더 먹이려고 안간힘을 쓰셨다. 나는 마지 못해 생선 살을 한입에 몰아넣고 꿀떡 삼켰다. 맛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내게 동태탕은 그저 ‘미션 클리어’ 해야 하는 음식에 가까웠달까.그런… 기사 더보기

사춘기 아이의 바뀐 ‘프사’… 가슴이 벅찼다

언젠가 직장 동료에게 사춘기 딸아이의 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저희 딸 방은 누가 와서 볼까 무서워요. 쓰레기 통이 따로 없다니까요!”먹고 버린 군것질 쓰레기, 마신 물과 음료수 컵, 숙제하며 늘어놓은 교재 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뒤엉킨 딸아이의 책상 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기사 더보기

“우리집 나 없으면 큰일 나”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요

장년층의 시작인 오십 중반부터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인생의 후반전을 살고 있다고 인정했다.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나의 삶에 대해서도 칭찬을 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우아하고 여유로울 것이란 기대에 설레기도 했다.누군가는 오십 대를 인생의 황금기이… 기사 더보기

올해 예순… 나이 먹었다고 까불지 않겠습니다

딱히 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라앉는 감정으로 며칠을 부대꼈다. 새해 들어 벌써 이십여 일의 시간이 흘렀는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동안 사두었거나 들여온 책들을 끌어다 놓고 뒤적이며 보냈다.늘 옆에 끼고 앉아 메모하거나 필사하며 챙겼던 노트는 뒷전이고 적극적인 독서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누군가로… 기사 더보기

날달걀이 들어간 마약 같은 술, 자꾸 마시고 싶네

[기사 수정 : 24일 오전 7시 52분] 영화에서 보면 크리스마스 시즌, 가족들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흔히 등장하는 에그넉(eggnog). 달걀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알코올 음료가 나는 항상 궁금했다. 색깔도 뽀얀 게 예뻐 보이는데 실제로 맛은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하던 어느 날, 나는 슈퍼마켓에서 에그넉을 샀던 것 같… 기사 더보기

초보 독립출판 작가의 독립서점 입고 도전기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출판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사건은 지금 이 시간 서점 매대에 내 책이 진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판매 여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군산의 한길문고는 지역 시민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취지로 내 책을 서점에 진열해 주… 기사 더보기